먹거리 석유의존 너무 높다

‘당신이 먹은 것이 곧 당신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음식은 우리몸 세포 하나하나를 구성하고,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는 에너지가 된다.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현재의 먹거리 생산·유통구조 속에서, 우리가 먹는 것은 음식이라기보다 ‘석유’에 가깝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옮겨 온 과일, 화학비료와 농약을 뿌려 대량 생산한 채소, 비닐하우스에 난방을 하며 인공적으로 길러낸 제철 아닌 농산물 등은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그 뿐 아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화학비료에 찌든 토양은 죽어가고 있다.
최근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먹거리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산업화·대형화된 먹거리 생산과 유통 방식이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는 ‘식탁 위에 부는 기후변화 바람’을 주제로 포럼을 열고 식품분야의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포럼의 발표자였던 이근행(47) 한살림 교육연수부장을 만나 ‘오늘날 우리 먹거리의 문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살림’은 친환경 생활, 지구환경 보호, 마을공동체 회복 등을 목표로 도시소비자와 농민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1986년 설립돼 올해로 26년째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전국 20개 회원조직과 30만여 가구의 도시회원, 1800여 세대의 생산자 회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지구 환경의 위기를 극복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먹거리 운동을 펼쳐 왔다.
먹거리 이동, 지구온난화의 원인 된다
이근행 교육연수부장은 먼 곳에서 온 먹거리를 구매해 먹는 것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거리가 해외에서 수입되는 과정, 대형 유통망을 통해 전국을 떠도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이라 할지라도 해외에서 수입된 것이라면 결코 환경에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동 과정에서 많은 연료를 소비하고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먹거리 이동의 원인으로 ‘농업의 산업화’와 ‘대형 유통구조’를 꼽았다. “농업이 산업화되면서 농가들이 화학비료와 석유를 투입해 한가지 작물만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먹거리 이동이 생겨났어요. 그 지역에서 필요한 양보다 막대하게 많은 양을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소비되는 것이 불가피해진 것이죠. 심지어 미국의 경우 서부에서 생산된 상추가 비행기를 타고 동부까지 날아가 소비되기도 합니다. 상추에서 열량이 얼마나 나오겠습니까. 그걸 엄청난 연료를 들여 동부까지 이동시키는 겁니다.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황당한 이야기죠.”
“국내 농산물도 마찬가집니다. 김해에서 생산된 채소가 부산에서 소비되면 이동 거리가 길지 않겠죠. 그런데 대형 유통구조 때문에 김해에서 생산된 것이 서울로 이동한 후 서울에서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또 많은 연료가 소모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먹는 오렌지, 바나나, 키위, 파인애플 등 수입 농산물은 배와 비행기를 타고 수천~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해 우리나라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이동 중 식품보존을 위해 뿌려지는 다량의 살충제와 방부제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꼭 수입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귤, 사과, 포도, 딸기 등 철마다 신선한 과일이 생산되고 있다. 이들은 먼거리를 이동하지 않아 살충제와 방부제의 위험도 없고 온실가스 배출도 적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반드시 생각해 볼 문제다.
▲대형마트들은 값싼 수입 농산물을 대대적으로 판매한다


‘익명’의 소비자와 생산자들, 농산물 놓고 상호 불신 키워
그는 “농산물의 대량 유통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불신(不信)을 키워왔다”며 안타까워 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지역시장이나 농가를 직접 찾지 않고 주로 대형마트에서 농산물을 구입합니다. 이에 따라 생산자들은 대형 유통업체 판매를 통해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농가들이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마진을 남기려면 싼 가격에 많은 농산물을 공급해야 합니다. 자연스레 친환경·유기농 농법과는 멀어지고, 기계와 화학비료, 농약을 투입하게 되는 거죠.”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답답하다. 자신이 먹는 먹거리를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만든 것인지 알 방도가 없다.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이라고 적혀 있더라도, 그게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대형 유통구조로 인해 소비자와 생산자의 거리가 너무 멀어진 탓이다.
실제 지난 2010년 제일기획이 서울·수도권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같은 조건이라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는가’라는 질문에 22.7%에 달하는 사람이 ‘같은 조건이라도 구매하지 않겠다’라고 응답했다는 것. 그 이유의 1위를 차지한 응답이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62.7%)인 것을 보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생산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가 적혀있는 한살림 채소


현재 농업방식으론 미래 세대에 건강한 먹거리 보장 못해
이 교육연수부장은 “현재의 농업 방식으로는 다음 세대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약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외부 에너지를 너무 많이 투입하고 있어요. 화학 비료를 살포하고, 농약을 뿌리고, 석유로 가온(加溫)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에너지 자원들이 언젠가는 바닥난다는 것입니다. 투입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 자체가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농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미래 세대에게 ‘지금처럼 먹을 수 있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는 거죠.”
“사람이 먹는 음식입니다. 곤충이 사라질 정도로 강한 농약을 뿌리고, 땅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만든 것을 어떻게 사람에게 먹일 수 있나요. 생명과 직결된 먹거리를 상품화하고 산업화한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생산자-소비자간 ‘가까운 관계’ 회복부터 나서야
이 교육연수부장은 “농업이 변하려면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관계’를 맺는 것이다.
▲한살림 조합원들이 농가를 찾아 딸기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그는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활을 책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생산자-소비자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생산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소비자를 위해 친환경·유기농 방식으로 깨끗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다. 소비자는 그 생산자가 키운 먹거리를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서로를 믿음으로써 환경을 살리고, 건강을 지키고, 지역사회와 농업도 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

한살림은 이처럼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를 맺도록 돕는 비영리 생활협동조합이다. 한살림 외에도 친환경·유기농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이 전국 곳곳에서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이제 ‘석유’를 끊고 환경을 살리고 나를 살리는 ‘진짜 먹거리’를 찾아 먹는 건 어떨까. 무엇보다도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이근행 한살림 교육연수부장은…
먹을거리와 농업,  환경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한살림에서 활동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회복, 생명사상 등을 연구하는 모심과살림 연구소에서도 사무국장 역할을 했다. 현재는 모든 한살림 구성원들의 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한살림 교육연수부를 담당하고 있다.


발췌 :  온케이웨더 http://www.onkweather.com/bbs/board.php?bo_table=opinion2&wr_id=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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